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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프랑스

프랑스 미술 여행의 시작,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by 최잔잔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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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퐁피두센터

살아있는 거대한 조각품 같은 미술관

예술과 문화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파리의 미술관이 있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거대한 조각품 같은 퐁피두 센터입니다. 파리를 처음 방문한 여행객들은 대부분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을 먼저 가겠지만 현대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퐁피두 센터로 달려갈 것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이 기존의 궁전을 활용하고 오르세 미술관이 기차역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과는 달리, 퐁피두센터는 70년대를 풍미했던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 건축의 대표적 사례로 유명합니다. 1977년에 완성되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실험적이었으며 파격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듯한 미래형 공장 같은 이미지는 건물 전체가 살아있는 조각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부와 외부를 구별할 수 없는 미완성된 조형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초현대식 건물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최고의 국립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이름을 딴 국립미술관의 시작

대통령의 이름을 딴 퐁피두센터의 정식 명칭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문화예술센터입니다. 국립미술관을 대통령의 이름을 따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누구보다 그가 퐁피두 건립에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후 예술가들의 도시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던 문화 예술의 도시 파리가 뉴욕이나 런던에 밀리는 점을 조르주 대통령은 매우 아쉬워했습니다. 그리하여 파리의 중심지에 미술관이면서 동시에 모든 예술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여 프랑스의 문화 예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대중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고민하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은 레알 주변의 보브로 지역에 문화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하고 국제 설계 공모를 직접 지휘했습니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이 공모에 참여했으며 그중에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 Richard Rogers)가 공동 설계한 디자인이 당선되었습니다.

 

 

 

파격적인 미술관 디자인의 시작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국제 무대에서 신인이었던 그들의 당선은 모든 면에서 파격이었습니다. 내부가 모두 오픈된 듯 한 획기적인 디자인은 에펠탑처럼 건립 초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선, 냉난방, 배관은 물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까지 기능적인 설비를 모두 건물 외부에 노출시켰습니다. 차가운 유리와 철제를 과감하게 사용하였습니다. 건물의 뒤편의 복잡한 배관 설비는 각각의 역할을 상징하는 원색으로 강렬하게 칠해졌으며 옥상에서 바닥까지 연결되었습니다. 내부 공간은 움직이는 벽으로 용도에 맞게 이동하며 공간을 활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이 특별한 디자인은 퐁피두 센터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공사 중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었고 당시엔 큰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유서 깊은 광장의 중심에 기괴한 건물이 들어서서 주변 경관을 훼손했다고 분개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비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미술관 주변은 언제나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넘쳐났고 지금은 파리 문화의 메카이자 에펠탑보다 더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는 대표 관광지로 파리 시민들의 무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완공한 지 20년 만에 건물의 안전과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3년여 동안 문을 닫았고 2000년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개관식때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기계도 점검과 보수가 필요하고 기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듯이 퐁피두 센터 역시 주기적으로 새로운 점검과 업데이트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진화하는 유기체 같은 퐁피두 센터는 2023년에 다시 한번 변화를 위한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퐁피두센터 뒷면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 컬렉션

유럽 최대 규모를 가진 프랑스 현대미술의 자존심인 퐁피두 센터는 회화에서부터 사진, 뉴미디어, 조각, 디자인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현대 미술을 포함하고 있는, 그야말로 보물 창고 같은 곳입니다.

4층과 5층은 상설전시실, 2층과 6층은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4층은 196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팝아트의 대가 엔디 워홀(Andy Warhol), 리히텐슈타인(Roy Fox Lichtenstein )을 비롯해 니키드 생팔(Niki de Saint-Phalle), 요세프 보이스(Joseph Beuys), 백남준, 설치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등 동시대 미술사에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5층에는 1905년부터 1960년 사이에 완성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피카소를 비롯한 초기 입체파 작품부터 후기 입체파 작품까지 폭넓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파리파의 대표적 화가 모딜리아니의 <마담 헤이든의 초상>과 마티스의 <붉은 실내>, 샤갈의 <에펠탑의 신랑 신부>, 칸딘스키와 달리, 몬드리안과 잭슨 폴록까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거장들의 작품이 가득합니다.

상설 전시 외에도 6층에서 열리는 퐁피두 특별 기획 전시는 다양한 컬렉션과 특별한 주제로 더 깊이 있게 특정 예술가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리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6층의 조루주 레스토랑(Le Georges)은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와 찻잔, 식기 하나하나까지 모두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퐁피두 센터에서 누릴 수있는 오감 만족 미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 하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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