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모더니즘 선구자들의 뒤를 이어 등장한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는 오스트리아가 사랑하는 예술가입니다. 스스로 개명한 그의 이름은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라는 뜻입니다.
그의 건축 철학이 담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 Haus)는 빈의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 있지만 여느 미술관이나 유명 관광지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건물은 네모 반듯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 건물은 직전이 하나도 없습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는 그 만의 철학이 담겨있고, 그 철학은 비엔나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층 더 부각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인간을 위한 공동주택
1950년대 초부터 건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의 대표 건축물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Hundertwasser Haus)입니다. 직선이 없는 구불구불한 선과 화려한 색채가 특징인 그의 회화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온 듯 한 이곳은 말 그대로 공동주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동주택과는 많이 다릅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건축물로 가득한 빈 중심가에서 걸어서 15분가량 떨어진 헤츠가세역 근처에 있는 곳으로 후미진 길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봐도 금방 눈에 띄는 외관은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독특합니다. 진흙으로 빚은 듯한 자연스러운 곡선에 원색적인 물감이 칠해지고 초록빛 자연을 모자 삼은 듯한 옥상까지 하나도 평범한 게 없습니다.
건물 높이는 3층부터 9층까지 높낮이가 모두 다르고 창문의 모양과 크기도 모두 다릅니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왕궁처럼 금빛을 칠한 둥근 탑도 있으며 창문과 벽면을 타고 식물들이 자라납니다.
1986년 완공 당시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영감을 부르는 이 창조적인 건축물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주장해 온 독특한 예술가의 철학을 그대로 담은 살아 있는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탄생 배경
1980년대 초 비엔나는 중산층을 위한 주택이 부족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인 대규모 공동주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비엔나 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을 주장한 미술가이자 건축가 겸 생태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에게 새로운 공동주택의 설계를 맡기게 되었습니다.
이상적인 주택을 지어 보자는 시 당국의 제안을 받은 훈데르트바서는 삭막하고 획일적인 공공건물이 아니라 동화 속 왕궁 같은 집을 구상했습니다.
강렬한 색감과 자연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인간적인 집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조각과 회화에서 사용한 개념과 철학을 건축에 그대로 녹여냈습니다.
집은 삶을 닮은 한 부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그는 `네모난 건축'의 고정관념을 깨고 자연에 가까운 곡선을 도입했습니다.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른 창문은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표현되었습니다. 완공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정말로 집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각 주택의 규모는 30~150제 곰 미터로 다양하고 바닥과 창문, 벽과 계단, 손잡이까지 각양각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개별적 녹지 공간이 없는 서민용 공동주택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최대한 자연과 가까이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집 주변과 옥상은 물론이고 창가와 테라스마다 화초들이 자라나게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파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정원도 만들었습니다. 건축을 통한 지상낙원 실현이라는 그의 철학처럼 이곳에는 집과 생명체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쿤스트 하우스 빈 (Kunst Haus Wien)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는 그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미술관 쿤스트하우스 빈이 있습니다. 1892년에 지어진 가구 공장을 훈데르트바서의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하여 1991년 미술관으로 오픈하였습니다.
훈데르트 바써의 철학과 생태 운동을 보여주는 회화 작품, 그래픽 아트, 건축 설계도와 건축 모형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벽면에는 명언이 곳곳에 붙어 있는데 그의 작품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더욱 감동적입니다.
색채와 형태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지닌 그는 강렬한 색채와 곡선으로 자연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작품 속에 거침없이 표현했습니다. 쿤스트하우스 빈의 건물 내부에는 그의 건축 철학과 신념이 곳곳에 담겨있습니다.
외벽에는 알록달록한 타일이 붙어있고 모든 것이 곡선으로 심지어 바닥조차 파도치는 것처럼 구불거립니다. 직전이 없는 건물 안에 있다는 것이 매우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것 또한 신기한 경험입니다.
박물관 안에는 그의 대표 디자인이 사용된 테이블에서 달콤한 디저트와 카페 멜랑쉬를 맛볼 수 있는 쿤스트 운트 카페(Kunst und cafe)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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