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00만 명의 여행자들이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을 직접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방문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르누보 시대의 대표 예술가였던 가우디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바르셀로나에만 남겨 놓고 갔습니다.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는 일은 건축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네 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바르셀로나 곳곳에 가우디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작품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간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풍성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를 닮은, 카사 밀라(Casa Mila)
노을이 지는 시간에 가장 아름답다는 카라 밀라는 가우디의 마지막 민간 건축물입니다. 가우디가 리모델링했던 카사 바트요에 반한 건축주 밀라는 아파트 설계를 요청합니다. 건축은 자연의 일부여야 한다는 가우디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 아파트를 완성합니다. 건물 정면 전체가 석회암으로 되어 있어 바닷가의 거대한 석회암에 동굴을 파고 아파트를 지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일부러 깎아서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침식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발코니나 창문에 붙은 철제 장식들인데 가우디가 정성을 많이 쏟은 부분입니다. 바디아(Badia) 지방의 우수한 철제 장인들에게 수없이 찾아가 세밀하게 부탁하여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건축주인 밀라 부부가 살았던 2층에는 감동적인 비문과 성모 마리아의 기도문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노을이 질 때면 카사 밀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카사 밀라의 옥상입니다.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거대한 그림자를 만드는 나선형의 굴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집니다. 운이 좋으면 카사 밀라 옥상에서 열리는 로맨틱한 재즈 음악회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건축학도의 꿈이 담긴 첫 작품, 카사 비센스(Casa Vicens)
젊은 가우디의 초기 작품으로 건축학도의 꿈이 서려있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카사 비센스(Casa Vicens)에 방문하시면 됩니다. 가우디가 건축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설계한 건물로 바르셀로나 시에서 수여한 건축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의 첫 작품인 만큼 공사 현장에서 기술자들과 직접 교류하며 열정적으로 지어 나갔다고 합니다. 카사 비센스는 지하와 반지하, 지상 4층으로 이어져 있으며 독창적으로 구성한 실내는 아쉽게도 일반 주거 공간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 40년이 지난 후에 가우디의 동의를 받아 건축가 마르티네스(Martinez)가 증축을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가우디가 작업한 내부 장식 중에서 남아 있는 것은 현관과 홀, 식당과 흡연실 뿐입니다. 일반 주택가에 위치한 카사 비센트는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모양과 색감이 다른 주택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지금 봐도 놀랄 만큼 독특한 디자인인데 100년 전에는 얼마나 놀라웠을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길가에 핀 꽃송이에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는 카사 비센스는 꽃과 나무와 나뭇잎을 형상화한 그린과 화이트의 단색 타일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단순한 조합에도 색감이 더욱 풍부하고 화려해 보입니다. 옥상 전망대에서부터 건물 외관으로 이어지는 타일과 붉은 벽돌을 이용한 색채의 배합 역시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철제로 만들어진 발코니와 창문 가리게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디자인에 정교하기까지 합니다. 당시에 새로운 기술이었던 철제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 듯 세밀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또 다른 미완성 작, 구엘공원 (Güell Park)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있습니다. 걸어 올라가는 길은 조금 숨 가쁘지만 멀리서 색색깔의 타일 조각과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독특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잊게 만듭니다. 정문 양쪽에 기념품 샵과 갤러리로 운영되는 2개의 파빌리온을 지나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타일로 모자이크 된 도마뱀 샘물이 나옵니다. 그 아래에는 카탈루냐 문양을 새겨놓은 뱀의 머리도 보입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촬영 장소로 줄을 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햇빛을 받아 길게 늘어선 그림자가 드라마틱한 도리스식 기둥 86개가 나옵니다. 공원 전체가 굽이치는 물결처럼 넘실거리며 깨진 타일과 유리로 모자이크 된 계단과 벽, 벤치 곳곳이 수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가우디의 건축이 그렇듯 모든 설계 구조와 장식적 요소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가우디의 손길이 세심하게 닿은 공원은 14년간 계속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60여 채를 세우려 된 계획에서 단 3채만 세워진 채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후 가우디는 1906년 이곳으로 이사해 20년간 살게 되었고 1914년 공사는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구엘이 죽은 후 그 아들이 토지를 바르셀로나 시에 제공하며 오늘날 구엘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에게 오픈되었습니다. 이곳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역시 해질 무렵입니다. 지중해의 붉은 노을을 구엘 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노을빛에 부서지는 유리 조각과 타일들은 더욱 환상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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